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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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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41. 함께 집짓기
진쇄를 받기로 한 날. 마을 분들이 다시한 번 모였다. 전날 왜를 엮고 엮은 왜를 지붕에 깔아 쇄 받을 준비를 마쳐둔 터였다. 흙과 썰은 짚을 준비한 건 물론이었다.
쇄 받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함께 모여 일을 하니 재미가 있었고 생각보다 일도 일찍 끝났다.
두 조로 나누어 일을 했는데 먼저 흙을 이기는 일부터 했다. 세 사람이 가래를 붙잡고 가래질을 시작하면 사이사이 썰어 놓은 짚과 물을 뿌려 흙과 집과 물이 골고루 섞이게 만든다. 가래질은 세 사람이 호흡이 맞아야 한다. 무조건 흙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흙을 가래로 길게 밀어 흙과 짚과 물이 알맞게 반죽이 되도록 하는 게 요령이었다.
가래질에 익숙한 마을 사람들이 할 때는 쓱쓱 쉬워보였는데 막상 줄을 잡고 직접 해보자 그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게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데 나는 영 흐름을 자연스레 못 탔고 그만큼 힘이 들었다.
가래로 흙을 다 이긴 뒤에는 흙더미 주변에 돌려 앉아 흙을 알맞은 크기의 덩이로 만들어 낸다. 대여섯명이 나란히 붙어 일을 하는 데 핸드볼 크기만 한 덩이들이 쉴새 없이 만들어졌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는 동작들이 얼마나 재빠른지 몰랐다. 큰 빵덩이를 만난 개미들이 열심히 빵을 떼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흙덩이는 마침내 흙을 지붕위로 던져 올리는 사람에게로 전달되는데, 그런 과정이 공장의 기계 돌아가듯 자동 적으로 이어졌다. 흙을 지붕 위로 던지는 사람은 두손으로 힘껏 흙을 던져 올리고선 이내 건네지는 흙을 다시 받아야 했는데 흙덩이들이 서로의 손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흙을 지붕까지 던져 올리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어서 젊은 축에 드는 사람들이 맡아야 했다.
규성이 아빠가 수고를 많이 했는데, 흙던지는 솜씨도 좋아 지붕 위에서 흙 받는 사람들이 흙 받느라 움직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거의 ‘스트라이크!’였다.
지붕 위에선 지붕 위대로 바빴다. 흙을 받아 옆으로 건넨 후 구석부터 흙을 채워 나왔다. 흙을 골고루 잘 내리쳐야 진흙으로 지붕을 잘 덮을 뿐만 아니라, 밑으로도 알맞게 삐져 나가 나중에 아랫쪽에서 흙을 바르는 치받이가 가능해진다.
일하다 보니 어느새 서로의 얼굴과 몸엔 흙이 튀고 묻어 흙천지가 되었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잠깐 쉬며 옛날 얘기하고, 일은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아랫작실 방호욱씨가 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죄 모여 일해보는 게 얼마만이여? 이젠 죄 뿔뿔이 흩어져 일하다 보니 어느날은 사람 구경 한번 못하구 혼자서 일할 때도 있어. 같이 일하니 이렇게 재밌고 좋은걸.”
지붕에 흙을 얹는 일은 한나절만에 끝났고, 그 많은 손길을 통해 지붕 위로 올려진 흙들은 지붕을 모두 흙으로 덮은 채 아담한 지붕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그게 집이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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