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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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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75. 병원 심방
일이 있어 서울을 다녀오는 길에 병원을 찾았다. 먼저 기독병원에 들러 조숙원 성도의 남편 김진택 씨를 찾았다. 맹장이 터진 것을 모르고 이틀이나 담배를 심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수술이 잘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으로 중환자실을 찾았다. 김환배 성도의 아버님이 입원해 계신 곳이다. 병을 모르시던 분이 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 쓰러지셨는데 그 뒤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계시다.
아직 한창의 나이, 사람의 걸음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중환자실이라 병실에서의 간호도 불가능해 김환배 성도는 병실 앞 의자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피곤함과 걱정스러움으로 그새 얼굴임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기독병원을 빠져나와 박규래 정형외과로 갔다. 지금순 집사님과 이학기 아저씨가 입원해 있는 곳이다. 처음 단강에 왔을 때 입에 익은 호칭이라 ‘아저씨’라 부르지만 이미 칠순이 넘으셨으니 굳이 구별하자면 할아버지가 맞겠다.
물리치료를 받는 중이라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와 원장님을 뵈었더니 이야기가 만만치 않다. 목뒤의 뼈가 워낙 많이 녹은 채 주저앉아 치료는 불가능하고 통증만 가라 앉혀야겠다는 설명이었다.
고개를 못 돌릴 정도로 뼈가 녹아 주저앉다니.
이학기 아저씨는 우리가 단강에 처음 들어와 아직 사택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웠을 때 당신 사랑채를 내주시고는 아침저녁으로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 주시던 분, 그 정을 잊지 못할 분이신데, 이젠 그렇게 약해지셨다.
지집사님한테 들러 기도하고 병원을 나설 때 웬지 기운이 빠진다. 아픈 분들 앞에서야 밝은 표정으로 위로하고 기도하지만 돌아서는 마음까지가 밝은 것은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밝음의 분량을 모두 내어놓고 나머지 것들만 가지고 나서는 듯 허전하기도 하고 눅눅하기도 했다.
농촌목회를 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있어야 할것같애. 돈이 많아 아픈 사람있으면 병이 깊기 전 얼른 병원으로 모셔선 기간이 얼마건 병원비가 얼마건 치료비를 대든지, 아니면 능력이 많아 어떤 병이든지 손을 얹고 기도하면 벌떡벌떡 일어나고 깨끗해진다든지 그래야 하지 않겠나. 대개가 병약한 노인들, 둘 중 하나도 없이 버틴다는 건 무모한 것인지 몰라.
얼핏 지나가는 생각이 그렇다. 때때로 자괴감으로 고백하게 되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아픔.
그러나 주님은 내게 둘 모두를 허락지 않으셨다. 단지, 이젠 그것에도 자신이 없지만. 아픈 이들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주신 것 같다.
그게 아픈 이웃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무슨 힘이 될수 있을까만 주님이 내게 주신 것은 그뿐이다. 그것이 그중 고마운 것임을, 소중한 것임을 인정 못하는 바 아니면서도 허전함과 눅눅함은 쉽게 떠나지를 않았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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