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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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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91.남은 겨울 김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분으로부터 좀 모여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점심을 모여 할만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닌데 왠일일까. 반가우면서도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청하는 이유를 알고서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겨울동안 먹던 김장김치가 남아 그것으로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쉬우면서도 드문, 기분 좋은 초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하게 따로 차린 것 없이 남은 겨울 김장김치로 만든 만두였지만 우리는 정말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 모자르는 만두를 둘러앉아 빚기도 했고 상을 물린 뒤엔 가난했던 어릴적 기억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올 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는 얼마나 가난하고 우울한 일상이 자리하고 있는지요. 그래도 시절을 온통 그리움으로 얘기하는 우리는 어느 누구도 어둡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처지와 형편을 염려하기도 했고, 농촌 으로 내려와 올해 처음으로 여름을 맞는 이에게 날파리 모기와 싸워가며 여름을 보내는 비책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기가막힌 얘기들이 웃음속에 이어졌고, 우리는 우리가 같은 곳에 살고 있음을 같은 길을 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남은 겨울김치’가 뜻밖의 과분한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렵게 준비된 잔치일수록 더 아름답다”
‘어린왕자’를 쓴 쌩펙쥐페리의 말입니다. ‘잔치’는 그저 흥청망청 노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산해진미를 쌓아놓고 마음껏 즐겼다 하더라도 뒤에 허전함이 남는 자리보단 조촐하더라도 두고두고 기쁨이 솟는 자리가 오히려 잔치자리입니다.
그런대로 살기가 좋아져 모든 것이 넉넉해 가지만 우리는 갈수록 잔치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누군가를 기쁨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떨런지요, 가끔씩 김치가 남거들랑 남은 김치로 만두라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좋은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여보면요. 벌일 땐 몰랐던 큰 기쁨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5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원주교차로’ <작은 삶 작은 얘기>의 첫번째 글이었습니다. 주변 삶을 함께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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