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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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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16.참새 한 마리
“으-악!”
광에 들어갔던 아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뛰어 나왔다. 놀래서 달려가 보니 광 한쪽 구석 참새 한 마리가 쥐포수에 걸려있는 것이었다.
광에 쥐가 있어 쥐를 잡기 위해 쥐덫을 사러 갔더니 쥐포수라는 것을 주었다. 강력한 끈끈이였는데 그 끈끈이 한 가운데 생선 뼈 같은 것을 놓아두면 쥐가 그걸 먹으려고 달려들다가 끈끈이에 꼼짝없이 걸려든다는 설명이었다. 쥐덫보다는 덜 잔인한 것도 같고 확실한 것도 같아 그 쥐포수를 사서 전날 생선뼈를 미끼로 광에 넣어 두었던 것인데 잡으려 했던 쥐는 안 걸리고 엉뚱한 참새 한 마리가 걸려든 것이었다.
몸뚱아리가 작은 어린 참새였다. 열려진 창문 새로 광에 들어왔다가 그만 변을 당한 것 같았다.(호기심은 때때로 그런 결과를 낳는다.) 녀석은 두 다리 뿐 아니라 양 날개까지 끈끈이로 범벅이 되어 그야말로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제딴에는 날아서 도망을 가려고 무진 애를 썼던 것 같다.(날개가 있다고 모든 상황에서 다 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녀석은 아직 어려서 몰랐던 것일까?)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참새를 떼어냈다. 끈적끈적 끈끈이가 따라 붙어 나왔다. 마당으로 가지고 나와 양 다리며 깃에 붙어 있는 끈끈이를 조금씩 떼어냈다.
소리, 규민이, 은진이, 은옥이, 종순이 등 교회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와 동그랗게 쭈구리고 앉아 구경을 한다.
끈끈이는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쥐를 잡기 위한 끈끈이가 어디 쉽게 떨어지겠는가. 두 다리에 붙은 끈끈이야 그런데로 떼어 냈는데 양쪽 깃에 붙은 건 영 어려웠다. 끈끈이를 떼내다가 깃털이 빠지기도 했고, 끈끈이에 엉겨 붙어 솜털이 떨어져 나오기도 했다.
-아이 불쌍해.
-죽으면 어똑하지?
-재네 엄마가 찾겠다.
아이들은 한 마디씩 했다. 그렇게 얘기하는 아이들 얼굴엔 안스러움이 가득했다. 자기가 걸려든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한참을 떼어낸 후 혹 날을 수 있나 조금 던져보았지만 툭 그냥 떨어지고 말았다. 몇 번을 더 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몇 걸음 어렵게 도망을 칠뿐이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깔려왔다. 할 수 없이 빈 라면상자 속에다 참새를 집어 넣었다. 작은 종지에다 물도 담아 주었다.
“참새야 잘 자라”
아이들은 참새에게 인사를 하고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아빠, 아빠, 이리 나와 봐!” 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소리가 마당에서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나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참새를 담아놨던 라면상자 안이 텅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참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 깃털 한개 떨어진 게 없었다. 정말 별 생각 없이 라면 상자 뚜껑을 안 닫았는데 그게 탈이었던 것 같다. 결국 어린 참새는 꼼짝도 못한 채 쥐나 고양이에게 끌려가 그들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짐짓 모르는 채 물어봤더니
“날아갔나 봐”
“엄마가 데려갔나 봐.”
텅빈 상자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소리가 대답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이 빈 상자 있는 곳으로 모여들어 참새 얘기를 했다.
그들의 대답도 같았다. 밤사이 날아갔든지, 엄마가 와 데려갔든지 했을 거라는 얘기였다.
“저건가 봐”
“아니야 저건가 봐.”
참새 애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 참새 몇 마리가 교회 지붕위로 날아왔다. 아이들은 그 중 한 놈씩을 제각각 손으로 가리키며 그것이 어젯밤 날아간 그 참새일 거라고 떠들어댔다.
“그중 한 마리를 가리키며 나도 거들었다.”
“아니 아니, 저건가 봐!”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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