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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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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75.어떤 전도
“아무것도 모르믄 교회에 안 댕기는 게 낫다면서유?” 속회예배를 위해 작실로 올라갔을 때 윤연섭 할머니가 뜻밖의 질문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묻자 할머니 대답이 “낮에 차를 타고 온 한 떼의 여자들이 전도하러 왔었어유. 교회 댕기냐구 묻길레 아무것두 모르면서 그냥 댕긴다구 했더니 그 여자들이 그러데유. 모르면 나가지두 말라구요.”
그 여자들이 돈이 없다 하니까 그냥 주고 갔다는 전도지를 보니 ‘깨어라’ ‘파수대’였다.
떼를 지어 자주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 언젠가는 그들을 만나 “안 믿는 이를 전도하는 일은 좋지만 유독 교인들을 만나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 같으니 자제해 주었음 좋겠다” 얘기를 했건만, 그들은 번번이 교인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순박한 교인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곤 한다. 별 대수롭지 않은 얘기도 신앙 경륜이 짧은 교인들에겐 큰 혼란이 되곤 한다.
그런 얘기를 하는 윤연섭 할머니의 마음도 적잖게 상해 있었다. 사실 교회 다니며 늘 그게 꺼림직 했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어떻게 믿나, 교회로 향하는 걸음마다 주저스러웠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안 나가는 게 좋은 거라니.
김천복 할머니 얘기 또한 어이없었다. 그들은 할머니께 주기도문을 외울 수 있냐며 어디 한번 외워보라 했다는 것이다. 이번 설 쇠면 일흔 아홉이 되는 할머니. 그 할머니께 주기도문을 외워보라 요구하는 용기(?)가 어떻게 그들에겐 있었을까?
‘으특허나 볼려구’ 모른다 하자 주기도문도 모르면서 뭔 교회냐고 김천복 할머니한테도 면박을 주더라는 것이었다.
지극히 몰상식한 자기도취일 뿐 그것은 전도가 아니었다. 전도라는 이름으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옳지 못한 일이 신앙인에겐 얼마나 많은 것인지, 그게 얼마나 비 신앙적인 일인지,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허전한 마음속엔 왠지 모를 분함이 자꾸 자꾸 차올랐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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