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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09. 무너진 것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참담한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얼핏 화면을 지나가는 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삼풍백화점의 사훈이 잠깐 지나가는데 보니 액자에 담겨 걸려 있는 사훈은 <성실하게 일합시다.>였다.
부실과 부정, 사람보다도 귀금속을 먼저 챙기는 시커먼 탐욕의 무저갱을 ‘성실’이란 말로 눈가림 하다니! ‘죽는 것쯤은 몰라도 된다. 일만 하면 된다’는 뜻이었을까.
“성(誠)”이란 수단도 방법도 아닌 도덕의 근본이요. 착한 사람이 되고 착한 일을 행하는 원동력이다.
얼마 전 읽은 옛글에서는 ‘성(誠)’을 그렇게 풀고 있던데, 그럴듯한 구호에 가려진 우리 거짓의 두께는 얼마나 두껍고도 두려운 것인지.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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