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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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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65.웃자람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태풍이 곱게 지나갔다. 더는 없을 것 같았던 태풍이 뒤늦게 꼬리를 물고 찾아와 애를 태우게 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밤늦도록 비가 내렸지만 고운 비였다. 바람이 없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비 그치고 작실로 오르다 보니 길옆 논의 벼들이 제법 쓰러져 누웠다. 군데군데 커다랗게 눌려 있었다. 벼는 일단 패인 뒤에는 쓰러지면 일어서지 못한다. 쓰러진 벼끼리 묶어 세워야 한다.
“웃자라서 그래요.”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던 아저씨가 벼 쓰러진 이유를 설명한다.
웃자라서 쓰러진 벼.
그렇다. 많이 자라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라는 건 결국 쓰러짐을 자초하는 일이다.
돋보이기 위해 목을 빼는 하많은 삶, 비 지난 가을 들판에 나와 쓰러져 누운 벼를 바라볼 뿐이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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