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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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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60.개구리 함정
종례시간에 들어온 선생님 얼굴은 무서웠다. 오늘은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 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매운, 땅이 얼어붙은 그때 왠 개구릴까.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채 우린 흩어져 학교 주위를 헤집고 다녔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다시 교실에 모였다, 교탁위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다. 어항이었고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 손을 어향 속에 넣으라 했다. 검지손가락이 어항 바닥에 닿도록 쑥 넣으라는 것이었다.
며칠 전 납부금을 잃어버린 반 아이가 있었는데 가져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영물이라 누가 가져갔는지를 알이 그 손이 들어오면 꽉 깨물거라 했다.
나 말고도 대여섯명이 걸렸다. 어향에 차례대로 손을 넣은 후 선생님은 한 사람씩 손가락 검사를 해 몇 명을 잡아냈다. 개구리가 잘못알고 물면 어떡하나, 개구리가 손가락을 꽉 깨물다니, 난 두려움에 손을 바닥까지 넣지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때 어항 밑에 개구린 없었다.
먹물만 깔아 넣고선 우리에게 개구리가 있다고 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음날 돈을 잃어버린 아이가 자기 전과 책갈피에서 잃어버린 돈을 찾아 내 누명은 벗었지만, 개구리 일로 가슴에 남은 무서운 가책과 두려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어항은 작았지만 어항은 깊은 함정이었다.
누군가를 함정에 숨기고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하는 걸 5학년 그때 난 개구리 함정을 통해 배운 셈이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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