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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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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44. 아빠, 그럼 꽃이 아야야 하잖아
어린 딸 소리와 함께 들로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곳곳에 들국화가 참 곱게 피어 있었습니다. 보아주는 이 없어도 여전히 피어나 대지를 수놓는 들꽃의 아름다움, 방에 꽂아둘까 하여 그 중 몇 개를 꺾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빠, 그럼 꽃이 아야야 하잖아!” 눈이 동그래진 소리가 꽃 꺾는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전에 소리가 교회 주위의 꽃을 꺾을 때, 그렇게 꽃을 꺾으면 꽃이 아파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어린 딸 앞에서 내가 그리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돌아오는 길, 나는 내내 내 이중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한, 드물긴 하지만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냉혹한 이중 판단의 기준, 내 삶 속에도 그 이중 기준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를 재는 잣대와 남을 재는 잣대가 서로 다른,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모순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전해 준 들국화를 손에 쥔 채 소리는 콧노래를 불렀지만 어린 딸의 그 말은 나를 엄히 꾸짖고 있었습니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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