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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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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31. 허재비
“허재비문 팔을 벌리구 있어야지, 그냥 앉아 있으문 새들이 허재빈 줄아남?”
“어여 팔을 벌려”
윗작실 안골로 올라가다 웅덩이 건너편에 있는 조그만 밭, 벌써 며칠째 죽마골에 사는 이 병화씨가 나와 밭을 지키고 있습니다.
콩을 심은 밭에서 콩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새란 놈의 눈이 어찌 그리 밝은지 막 돋아나는 콩싹을 사정없이 자르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아침과 저녁으로 나와 아예 콩밭에서 살며 휘이- 훠이- 새를 쫓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마을분들이 콩밭을 지키고 있는 이 병화씨를 보고 한마디씩 농을 합니다. 건네는 농은 제각각이지만 뜻은 하나입니다. 모두가 “수고한다” 인사하는 것이지요.
그 조그만 밭에서 콩이 나면 얼마나 나겠습니까. 자식한테 퍼주면 고만일테고 쪼금 더 남으면 메주를 쑤어 그것마저 다 나누워 줄 텐데요.
허재비, 허재비, 허재비...
허재비란 말이 한참을 귓가에 맴돕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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