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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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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46. 토끼몰이
“목사님. 토끼 잡으러 안 갈래요?”
작실에서 전화가 왔다. 병철씨였다. 마침 전날 눈이 제법 내려 온 세상이 눈 천지였다.
밀린 원고를 쓰고 있던 참이었다.
“토끼 잡으면 연락해, 나 지금 못가겠는걸....” 아쉬움으로 대답하다 말곤 “아니야, 지금 올라갈께, 어디로 갈 거지?” 생각이 바꿔었다.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듯 싶었다.
잠시 모든 걸 잊고 눈 속을 헤매고 싶었다. 선아 아버지도 같이 간다 하니 모처럼 같이 어울리는 것도 좋을듯 싶었다.
장화를 신고 옷을 두툼하게 입고 작실로 올라갔다. 별써들 산으로 오른 상태였고 눈에 찍힌 발자욱을 쫓아 어렵지 않게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과수원 등갱이를 포위하듯 감싸고 돌며 토끼를 몰고 있었다. 토끼 발자욱을 봤다는 것이었다. 토끼는 제 발자국이 난 자리로, 늘 그자리로만 다니는지라 철사로 올무를 놓고 토끼를 몰면 여지없이 걸려든다는 얘기였다.
몇 바퀴 산을 돌았지만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허탕을 치고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 병철씨 집에 들렸더니 마을 할머니들이 여러분 모여 있었다. 마실삼아 놀러오신 것이었다.
그새 규성이 엄마는 밥을 넉넉하게 짓고 참을 따뜻하게 끓여 상을 차려왔다.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토끼를 한 마리라도 잡아야 하는건데...” 산토끼가 있었으면 더 상이 푸짐하고 좋았겠지만 토끼가 없다고 상이 허전한 것은 아니었다. 계획 없이 모인 사람들이 푸짐한 정으로 차려낸 상을 받으니 그처럼 훌륭한 상이 없었다.
구수한 배추 된장국에 밥을 말아 정말 밥을 많이도 먹었다. 눈이 사방을 덮고 토끼를 찾아 눈 속을 헤매고 그리고 돌아와 동네 할머니들과 대하는 점심상, 사람이 살듯 사는 훈훈한 정!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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