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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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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77. 바위 깨기
몇날 몇일을, 바라보는 내가 다 지루해질 정도로 여러 날을, 밭에 나와 돌을 고르고 거름을 펴고 땅을 편편하게 만들던 변관수 할아버지가 어제부터는 딴 일을 시작했다. 도끼와 햄머, 쇠막대기를 가져 나와 밭 한쪽에 나와 있는 돌을 깨기 시작한 것이었다.
할아버지에겐 그건 돌이 아니라 바위였다.
정말 더는 일이 어렵게 보이는 할아버지가 그냥 두면 어떠랴 싶은 밭 한쪽 돌을 끝까지 깨뜨려 캐내고 있었다. 저 몸으로 들 수 있을까 싶은 묵직한 햄머를 위태한 몸짓으로 들었다 내려침으로 조금씩 조금씩 바위를 깨뜨려 나갔다. 바라보는 내가 숨이 턱턱 막힐 노릇이었다. 커다란 쇳덩어리를 갈고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더니 할아버지가 하는 일이 천상 그런 일이었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선 늘상 실망만 안기는 밭, 그 밭을 병든 자식 더 사랑하듯 공에 공을 들이는 할아버지
“이 돌 때문에 요 근방은 늘 밭을 못갈잖아요. 그래서 캐내는 중이예유”
깨뜨려낸 돌조각이 길가 둑에 수북했고 캐낸 자리는 무슨 포탄을 맞은 자국처럼 움푹했다.
시간에 상관없이 세월에 관계없이 그냥 흙을 일구는 할아버지. 이번엔 그 뿌리 깊은 바위를 다 깨뜨려냄으로 안이한 삶에 익숙 해져가는 나자신을 할아버지는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깨뜨리고 있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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