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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빨갱이 퍼랭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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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12. 빨갱이 퍼랭이


“그때만 해두 한동네에 빨갱이 퍼랭이가 섞여 있었어유.” 같이 병원을 나가는 길 이필로 속장님으로부터 6.25전쟁을 전후한 마을 얘기를 듣게 되었다. ‘퍼랭이’란 말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하기야 ‘빨갱이’가 있다면 ‘퍼랭이’도 있는 거겠지.
“서로들 무섭게들 싸웠지유. 누가 누구 편인지를 몰라 한동네 살믄서두 함부루 입을 열 수가 읍었어유” “청주까지 피난을 갔다 집으루 와보니 집이 홀라당 불탔어유. 그때만 해두 이쪽에선 산다 소리 들으며 살았는데 미군들이 나가며 불싸질렀다는데, 아, 불이 삼일 동안이나 타올랐다 는거예유.”
“아, 한번은 인민군들이 들이닥쳐 집 식구들을 다 나오라구 하는거예유. 아파 자리에 누운 할머니까지두유. 그러드니 한 줄로 쭉 스라는 거예유. 이젠 죽었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했어유. 근데 집안을 샅살이 뒤지더니 그냥 가버리드라구유.”
“비행기 폭격이 있다하믄 모두들 금정굴로 피했어유. 일제때 금캐고 남은 굴이 있는데 다 글루 피해 들어갔지유. 며칠씩 먹을걸 싸가지 구유” “시아버지가 인민군한테 너무도 처참하게 죽는 걸 본 며느리가 그날로 목을 매기두 했어유.”
“뻘갱이 여자를 조사하던 헌병이 그 여자와 결혼해서 지금은 아주잘 살구 있대유.”
 “그때 많이두 죽었어유. 거반 마을사람 반이상이 죽었을예유.” 귀래를 나가다 보면 있는, 이곳 단강에서 멀지 않은 속장님의 친정 용암. 그 작은 마을이 겪은 난리 얘기를 원주를 나가도록 듣는다.
어머니 세대가 안고 있는 피로 물든 역사, 아픔과 한(恨).
이 땅이 다 토하지 못한 신음.
조심스레 용맘마을을 찾기로 한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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