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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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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82. 아름다운 만남
이른 아침, 두 젊은이가 문을 두드렸다. 커단 베낭을 메고 있었다. 마침 식사 전, 우리는 같이 상에 둘러앉았다.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이었다.
전날 밤 기차를 타고선 밤새도록 원주로 올라와 새벽 버스를 타고 단강에 들어온 것이었다. 가끔씩 그런 무모한(?) 방문이 있다. 그 먼길, 혹 일이 있어 자리에 없다면 그냥 헛탕일텐데 약속도 없이 떠나는 건 무슨 마음에설지.
믿음이 좋아선지. 없어도 좋다는 편한 마음 때문인지. 상을 물리고 함께 작실로 올라 갔다. 책을 통해 알게된 광철씨를 두 사람은 만나고 싶어했다.
마침 광철씨가 아프단 말을 들었던 터라 같이 광철씨네를 찾았다. 구차한 모습 낯선이에게 드러내는 것을 광철씨가 어려워 하는건 아닐까 싶은 염려가 났으나 두 젊은이들의 선한 웃음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아랫작실 음담말 언덕, 광철씨 집은 텅 비어 있었고 대신 대답이 뒷곁에서 들려왔다. 광철씨와 동생 남철씨는 콩밭의 콩을 뽑고 있었다. 부산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 악수로 인사한 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얘기를 마치고 내려오려 할 때 두 젊은이는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하기야 먼질 다녀가며 기념삼아 사진 한 장 찍는게 뭐 이상하랴만 사진 얘기를 듣는순간 난 몹시 곤혹스러웠다.
왜 그 순간 머릿속에선 돈 몇푼 주고 원주민들과 사진 찍는 관광객들 생각이 지나갔을까. 광철씨 남철씨를 왠지 모를 수렁속으로 빠뜨리는 것만 같았다.
‘마음 속에 담아가라’는 말이 그들의 은근한 고집을 꺾질 못했다.
며칠후 편지와 함께 사진이 왔다. 광철씨와 남철씨가 가운데 앉았고 그 양옆에 두 젊은이가 앉았다. 광철씨 옆에 앉은 여자 청년이 활짝 웃으며 광철씨 팔장을 살짝 꼈고 광철씨 얼굴엔 부끄러움이 한껏 배었다.
남철씨 옆에 앉은 청년은 손을 뒤로 돌려 남철씨와 어깨동무를 했다 네 사람이 앉은 뒷편 저만치론 은행나무 앞이 물들대로 물들어 눈이 다 부셨다. 그래, 아름다운 만남이지.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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