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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9. 무심한 하나님
"하나님도 무심하시네요“
후둑후둑 듣기 시작하는 비, 서둘러 신작로 벼를 퍼담던 이음천속장님이 한숨을 쉽니다. 한창 볕이 필요한 때인 요즘 오히려 흔한 게 비입니다.
겨우겨우 비를 피해 얼마간 타작을 끝냈고 타작한 벼 말리려 없는 일손 틈타 신작로에 널어 놨는데 약올리듯 또다시 비가 내린 것입니다.
베어 놓기만 하고 타작을 못한 벼들은 논두렁에 누워 싹들이 나고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또 오고 이래도 하느님 뜻, 저래도 하느님 뜻, 믿음 좋기 여간 아닌 속장님 입에서 비오는 오후 하느님은 뜻밖에도 무심해집니다.
굵은 빗발 쏟아져 내리는 어둠 속 돌아오다 보니 벼는 모두 치워져 었습니다. 어디로 거둬들여 비를 피했는지 벼보다 더 젖은 속장님의 마음은 더욱 어떻게 거뒀는지......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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