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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사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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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43.사고


아내가 점심을 차리는 동안 잠시 신문을 보고 있는데 마당에서 아이들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이 또 싸우나, 놀이방 자원봉사자로 오신 집사님이 있으니 별일 없겠지 했는데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이상한 마음이 들어 밖으로 나와보니 이게 웬일인가. 마당 한 구석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보니 규민이의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다. 달려가 보니 눈 윗쪽이 움푹 깊게 찢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피가 꾸역꾸역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패인 상처가 여간이 아니었다. 규민이는 다쳐서 울고 있었고, 학래는 규민이 얼굴 가득한 피를 보고 놀라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른 손바닥으로 상처를 감싸 막았다. 다른 대책이 없었다. 바둥거리는 녀석을 끌어안고 그렇게라도 지혈을 시키는 수밖엔 없었다. 피를 닦아주고 수건으로 한동안 눌러주자 다행히 피가 멎었다. 급히 달려온 보건소장님이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쌌다.
마침 승학이네 집에 트럭을 타고 와 있던 이웃마을 청년이 급히 트럭을 갖다댔다. 울먹 울먹 아내는 저만치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비상등을 켠 채 트럭은 날듯 달렸다. 피가 멎었으니 그리 급할 건 없다 몇 번을 얘기했지만 트럭은 병원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울다 울다 지친 규민이는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어른 서너 명에게 붙잡혀서도 있는 힘을 다해 바둥거리며 규민이는 상처를 꿰맸다. 발목을 붙잡고 있었을 뿐 꿰매는 모습을 쳐다보지 못했다. 애절하게 규민이는 연신 "아빠!"를 울부짖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병원으로 달릴 때도 그랬고, 돌아올 때도 그랬다. 자식이 다쳐 애비로써 마음 아픈 것보다는, 다친 아이가 그래도 내 자식이라는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앞섰고 그런 생각이, 어찌 보면 당연할 그런 생각이 왠지 모를 아픔과 서러움으로 전해져 왔다.
누구는 자식이 뚝뚝 흘리는 피를 보고서야 하나님과 예수님이 하나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더구만.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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