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774.뿌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774.뿌리


원주에서 단강에 들어오던 버스가 귀래에 섰습니다. 몇몇 손님이 내리고 버스를 기다리던 많은 손님들이 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손님 중에는 스님도 한 분 있었는데 그는 맨 꽁찌, 느긋하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스님이 버스에 올라 중간쯤에 섰을 때 그 스님을 알아본 한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도 합장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안면이 있는 두 분 같았습니다.
아저씨의 거듭되는 자리양보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서서 가겠노라 고집을 부렸습니다. 자리를 권하던 아저씨도 엉거주춤 서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저씨가 스님께 물었던 말은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물음 뒤에 아저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고리에 달았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조상이 우상’이라 하던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아저씨가 누구에게 무슨 얘기를 들어 기독교에서는 조상이 곧 우상이라고, 마치 정해진 공식처럼 말하고 있는 것인지요.
그런 아저씨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창 밖 나무를 가리키며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겠느냐고 대답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 그런 얘기를 듣는 마음이 편치를 않았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조상이 곧 우상’이라는 이해는 그 아저씨가 스님을 만났기에 한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고, 더더군다나 그런 이해가 그 아저씨만의 이해는 아닐 듯 싶었습니다.

‘토착화’라는 말은 신학교의 강의실에서 뿐, 왜 우린 이리도 소극적일까. 왜 이리도 어정뜬 것일까. 알아서 하라는 듯 왜 시원한 입장 표명이 없이 많은 이들을 괴롭게 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마침 그날이 할아버지 기일. 집에 가지고 못하고 아들이 목사라고 전화를 걸어 추도예배 드리며 읽을 성경과 찬송을 물으신 아버지께 그것 대답한 걸로 모든 걸 때워 넘기는 나 자신이 그렇게도 가볍고 쉬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2 한희철 606.큰품 한희철 2002-01-02 4368
1261 한희철 1209. 철새 이야기 한희철 2002-01-02 4368
1260 한희철 564.신비한 힘 한희철 2002-01-02 4368
1259 한희철 1483. 개장수 한희철 2002-01-02 4368
1258 한희철 47.길 한희철 2002-01-02 4368
1257 한희철 74.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68
1256 한희철 235.왜가리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368
1255 한희철 1255. 변관수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368
1254 한희철 1138. 댓가없이 베풀기 한희철 2002-01-02 4368
1253 한희철 1231. 또하나의 강 한희철 2002-01-02 4369
1252 한희철 943. 철지난 얘기지만 하자 한희철 2002-01-02 4369
1251 한희철 1410. 누구랑 결혼할 거니? 한희철 2002-01-02 4369
1250 한희철 1159. 엉뚱함 한희철 2002-01-02 4369
1249 한희철 1198. 집 잃은 참새들 한희철 2002-01-02 4369
1248 한희철 819.주사 한희철 2002-01-02 4369
1247 한희철 436.종일이 할머니 한희철 2002-01-02 4369
1246 한희철 291.지 집사님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69
1245 한희철 1197. 은희 한희철 2002-01-02 4369
1244 한희철 898.광철씨네 김장 한희철 2002-01-02 4369
1243 한희철 818.우리 밀 한희철 2002-01-02 4369
1242 한희철 1431. 화장실 청소 한희철 2002-01-02 4369
1241 한희철 1126. 내년까정 살아 있을라구? 한희철 2002-01-02 4369
1240 한희철 803.뜻 모를 물음 한희철 2002-01-02 4369
1239 한희철 566. 바람처럼 한희철 2002-01-02 4369
1238 한희철 448.전쟁의 이미지 한희철 2002-01-02 4369
1237 한희철 1129. 목사와 참외 한희철 2002-01-02 4369
1236 한희철 1078. 깨진 컵 한희철 2002-01-02 4369
1235 한희철 390.소 한희철 2002-01-02 4369
1234 한희철 1515. 하늘 수레 트럭 한희철 2002-01-02 4369
1233 한희철 1416. 미장원 한희철 2002-01-02 4369
» 한희철 774.뿌리 한희철 2002-01-02 4369
1231 한희철 273.백로와 까마귀 한희철 2002-01-02 4369
1230 한희철 1456. 터진 웃음보 한희철 2002-01-02 4369
1229 한희철 1400. 시험 잘 본 날 한희철 2002-01-02 4369
1228 한희철 1248. 짜장면 한희철 2002-01-02 436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