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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메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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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56.메주


메주를 쑤자는 얘기가 나왔다. 어디서 들었는지 메주를 쑤어서 팔면 뭔가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며 메주를 쑤자 했다. 몇몇 여선교회원들이 모여 생각을 짜내더니 돈을 둘러 콩을 샀다. 값싼 수입콩이 판을 치느니만큼 좋은 콩을 사야한다며 동네 집집의 콩을 선별해서 사들였다. 담배콩은 제외됐다. 담배 거둔 뒤에 심은 콩 은 지력이 약해진 땅에서 자라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들인 콩이 두 가마가 넘었다.
메주를 쑤던 날, 때마침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렇다고 그것이 열심을 식히진 못했다. 교회주방에 걸린 가마솥 두개, 동네에서 빌려 온 가마솥 두개, 지 집사님네 부엌의 가마솥, 김영옥 속장님네 가마 솥, 엄청난 양이었다.
치화씨와 광철씨, 정은근 집사 등 남자 교우 들이 나와 나무를 해댔다. 뚝딱뚝딱 남자들이 움직이니 적지 않은 땔감도 걱정이 없었다. 병철씨도 나와 일을 거들었다.
한나절을 때자 김들이 올랐고 콩들이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마당이 걸었던 솥 두개가 불을 때자 한쪽으로 위태하게 기울어 졌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솥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굵다란 막대기로 솥을 받쳐 쓰러짐을 막는다. 쓰러짐을 막는 버팀목, 위태한 임시 방편, 그래도 솥은 끝까지 잘 견뎌 주었다.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놀이방에 나무 기둥들이 세워지고 주렁주렁 메주들이 매달렸다. 온 교우들이 밤 늦게까지 매달렸다.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끝에서 메주가 만들어졌다. 나이론 끈을 버리고 짚으로 메주를 매달았다. 할 수 있는 한 옛 식을 따르고 싶었다.
용두동교회 여선교회에서 전량을 수매했다. 값을 묻지 않고 들인 정성을 배려어린 정성으로 받는 고마운 분들, 좋은 장맛을 빌며 전해드렸다.
첫 사업, 하나님께 드리자고,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자고 한껏 고집을 부렸지만 끝내는 마음뿐이었다. 옳고 좋은 일이지만 부담으로 남아있는 교회의 얼마간 빚을 두곤 그런 일이 만용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다음번엔 꼭 그렇게 하죠”
목사님 뜻 못따라 죄송하다며 여선교회장인 이종태 권사님은 메주 판 이익금을 건축헌금으로 바쳤다. 억지로 할 순 없는 일,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 속으로 작은 안도감이 묘하게 찾아들었다.
갚아야 할 빚이 내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다음번에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지.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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