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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돈 지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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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21.돈 지랄


귀례로 나가는 버스 안, 뒷자리에 앉은 할아버지 몇 분이 며칠 전 보도된 대학교 입시 부정에 대한 얘기들을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 중 한 분이 개를 키우는 분이었다. 개 얘기를 하던 중 한 마리에 100만원이 넘는다는, 잘땐 주인과 함께 이부자리에 자고 먹기도 웬만한 사람 보다 더 잘 먹는다는 애완용 개 얘기가 나왔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 입시부정에 관한 얘기였다. 한마디로 돈의 값어치에 대한 얘기였다.
“그렇게 대학 갈려고 쓴 돈이 일억이 넘는다며?”
“억이면 얼마야? 우리 같은 사람 평생 그 돈만 세두 못다 셀 돈 아닌감?”
“그러니 그게 돈이여, 돈지랄이지.”
할아버지 한 분은 개 약과 사료 사러, 한 분은 고추 팔러, 또 한 분은 다친 팔을 고치러 병원에 나가는 길이었다. 흰머리 성성한 노인이 되어서도 농사를 짓는, 갈수록 땀과 한숨이 짙게 얼룩지는, 그렇지만 변함없이 흙과 함께 살아가는 한평생의 삶.
그 삶을 조롱하듯, 무시하며 뒤흔들 듯, ‘밖’에서 들려오는 얘기들 지랄 같은 돈 얘기들, 정직한 땀이라곤 베어있지 않은 껍질뿐인 돈 얘기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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