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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9. 고구마 이삭
고구마 이삭. 난 고구마 이삭 캐기를 좋아했다. 고구마 다 캔 밭을 다시 한번 뒤져 남아있는 고구마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무리 알뜰하게 캔다 해도 밭에 남는 고구마는 있게 마련이다. 호미가 닿지 못한 것이나 우연히 흙에 묻히는 것은 그냥 밭에 남아있게 마련이다.
삽으로 밭을 뒤지다 보면 고구마는 대개 삽 끝에 찍혀 나온다. 때론 긴 뿌리를 찾아 내 조심스레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고구마를 찾아낼 경우도 있었다.
어린 시절,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난 고구마 이삭을 줍곤 했다.
가난 때문만은 아니었다. 묻혀있는 고구마, 다 캤다고 하지만 분명 캐간 밭 어딘가 묻혀 있는 고구마가 숨겨 있는 보물마냥 마음을 끌었던 것이다.
쓸모없다 버린 것 중 그래도 남아있는 얼마간의 소용거리, 어린 시절 고구마 이삭 캐듯 난 언제라도 그걸 찾고 싶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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