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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아이들의 꿈을 돕는 세상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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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87.아이들의 꿈을 돕는 세상


가끔씩 공부하는 아이들이 교회를 찾곤 했다. 방과후, 모두 일하러 나가 빈 집인 자기집 보다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교회가 더 좋았나 보다. 아이들은 마루에 방석을 깔고 엎드려 숙제를 하곤 했다. 조금 높은 턱, 제단을 책상삼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건 늦은 밤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쉽고 안스러웠다.
며칠 전 부론우체국에 들렀더니 송금된 게 있다며 봉투를 건네준다. ‘얘기마을’을 잘 보고 있다는 짧은 인사가 적힌 우편대체납입통지서였다. 원주기독병원 김대현 원장님이셨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마침 찾는 책상이 있었다. 음식점 방에 앉아 먹는 상이 원래 용도라지만 마루에 앉아 공부하기에도 알맞은 높이였다. 탄탄했다. 개당 만오천원, 여섯 개를 샀다.
그날 이후, 교회를 찾는 아이들은 더욱 많아졌다. 앉아 공부할 책상이 있고, 책방 안에 숙제에 도움이 되는 책들도 있다. 많은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녀석들 돌아간 뒷자리에 휴지 조각이며 발자국들이 남기도 했다. 아이들 들어서는 교회 문에 다음과 같이 써서 붙였다.
<교회에서 공부하는 단강 어린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렴.
-낮에는 커텐을 걷으면 환하단다.
-조용히 공부하고 뒷정리를 잘하자.
-하나님은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어제 그 중 장난이 심했던 정희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교회 청소를 했다. 비질도 하고 대걸레를 빨아 닦기도 했다.
정성으로 마련된 작은 책상 몇 개. 한두시간 아이들 숙제와 공부만이 아닌 꿈을 돕고 있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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