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23.뜻밖의 손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23.뜻밖의 손님


‘어렵게 준비된 잔치일수록 아름다운 법’이라던 생떽쥐베리의 말은 살아가며 늘 새삼스럽다. 89년 부활절은 생떽쥐베리의 말을 다시한번 생각나게 하는 날이었다.
오토바이 뒤에 아내와 소리를 태우고 부활란이 든 봉투를 한 손에 잡고선 강가로 갔다. 부활절 낮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을 때, 강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훈련을 끝내고 철수를 기다리고 있는 군인들이 조귀농으로 가는 강가에 주둔하고 있었다. 혹 그들 중 오늘이 부활절임을 기억하면서도 여건상 예배에 참석치 못한 이가 없을까 싶어 부활란 얼마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 영어 할 자신 있어요?” 강가로 나가자는 말에 웃으며 묻는 아내 말에 “까짓것 그거 못할려구, 그냥 주면 되지 뭐.” 쉽게 대답했지만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짐짓 걱정이 되었다.
강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미식축구를 하고 있었다. 따뜻한 봄볕, 모두들 웃옷을 벗곤 허리에 노란 띠와 빨간 띠를 둘러 편을 나눠 가지곤 달걀 모양의 공을 던지며 신나게 뛰고 있었다.
동네 꼬마들이 나란히 언덕에 앉아 그들이 뛰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보초는 흑인 병사였다. 타래형 철조망으로 빙 진지를 둘러 치고선 입구엔 보초가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전도사란 직책을 나는 단어를 몰라, 보초서는 미군은 뜻을 모르지 싶어 단강감리교회 목사로 나를 소개한 뒤, 오늘이 부활절이라 부활란을 전하러 왔노라고 짧은 영어로 말을 건넸다.
그렇게 전하는 계란을 받아도 되는 건지, 얼마 되지 않는 계란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그는 의아했나보다. 그는 뭐라 열심히 얘기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보초는 지나가는 동료를 불러 무엇인가를 부탁했고, 한국군 한명이 나왔다.
카튜사였다. 얘기를 들은 그는 중대장도 좋아할 거라며 계란을 받았다. 저녁예배가 8시에 있음을 알려주고 돌아왔다.
저녁예배 재종을 치고선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는데, 밖에서 군인들이 날 찾는다고 한다. 나가보니 차를 타고 온 군인들이 교회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두 명의 미군 외엔 모두가 카츄사였다. 두 명의 미군이 소대장과 주임상사라고 선임자가 소개를 한다. 그들을 위해 자리 한 쪽을 마련하고 성경 찬송을 모아 전했다. 뜻하지 않은 군인들의 방문에 한편은 놀라면서도 한편은 반가워하는 교우들.
부활절이었으면서도 아침에 일들 나가느라 예배 못 드린 교우들이 봄볕에 그을린 모습으로 참석하여 방문한 군인들과 함께 저녁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은 모처럼 꽉 찼다.
들뜬 마음으로 예배를 마치고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그냥 헤어지기엔 아쉬운 만남 아닌가. 요령있게 준비한 커피를 마시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잠깐 단강교회를 소개한 뒤, 군인들이 돌아가며 자기의 계급과 이름, 고향등을 소개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다함께 ‘고향의 봄’ 노래를 불렀다. 얼마 전 아들을 군에 보낸 지집사님은 모두를 내 자식 같다시며 연실 군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76세된 김천복 할머니가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노래를 옛가락으로 몇 절인지 모르게 길게 부르셨고, 교우들은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이라는 복음성가를 율동에 맞춰 불렀다.
교인을 대표해서 유보미 보건소장님이 인사를 했다.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되어서 다시는 우리 나라에서 이런 전쟁연습을 안 해도 좋은 그날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미군 소대장의 인사에 이어 군인들은 멋진 반동과 함께 군가 두 곡을 힘차게 불렀다. 김치 생각 간절하다는 말에 한 양동이의 김치를 전했고, 지집사님은 다음날 저녁식사에 그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웃음 속 많은 시간이 지났다. 모두들 일어 서 돌아가며 인사를 나눴다. 짧은 시간 함께 했으면서도 마주잡는 손에 아쉬움이 담긴다.
현관에 나와서도 한참을 인사해야 했다. 돌아가기도 보내기도 아쉬운 사람들.
그때 주임상사가 교회를 위해 써 달라며 1달러짜리 네 장, 4달러를 전했다. 받은 우리도 우리려니와, 이국땅에서의 훈련 중 한 시골 교회에서 저녁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드린 오늘의 기억은 그에게 오래 계속 되라라.
덕분에 좋은 시간 가졌다. 서로가 인사를 나누곤 그들은 트럭에 올라 진지로 돌아갔다. 모퉁이를 돌도록 손을 흔들며.
부활절이자 단강교회의 두 번째 생일, 뜻밖의 손님들의 방문으로 89년 부활절과 교회 생일은 뜻 깊은 날이 되었다. (198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2 한희철 478.공부 한희철 2002-01-02 4336
1821 한희철 694.나무 송(頌)1 한희철 2002-01-02 4336
1820 한희철 66.본부 한희철 2002-01-02 4336
1819 한희철 401.김장 한희철 2002-01-02 4336
1818 한희철 419.어떤 축구 선수 한희철 2002-01-02 4337
1817 이현주 9 한희철 2002-01-02 4337
1816 한희철 1351. 어른 한희철 2002-01-02 4337
1815 한희철 849.넉넉한 은혜 한희철 2002-01-02 4337
1814 임의진 [시골편지]잠자리는 날아가고 file 임의진 2008-11-17 4338
1813 이현주 재전(才全) 이현주 2009-02-27 4338
1812 한희철 1509. 원주 나갈 일 한희철 2002-01-02 4338
1811 한희철 1378. 변관수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338
1810 한희철 990. 교회 변소의 똥 한희철 2002-01-02 4338
1809 한희철 989. 더위와 추위 한희철 2002-01-02 4338
1808 한희철 1193. 지게 만들기 한희철 2002-01-02 4338
1807 한희철 1072. 그런 어려움도 있지 한희철 2002-01-02 4338
1806 한희철 1408. 까마귀 소리 한희철 2002-01-02 4338
1805 한희철 822.병아리 한희철 2002-01-02 4338
1804 한희철 914.신입생 한명 한희철 2002-01-02 4338
1803 한희철 340.폐비닐 한희철 2002-01-02 4338
1802 한희철 825.할머니의 주일 한희철 2002-01-02 4339
1801 한희철 1282.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한희철 2002-01-02 4339
1800 한희철 1043. 확인하는 가능성 한희철 2002-01-02 4339
1799 한희철 621.눈썰매 한희철 2002-01-02 4339
1798 한희철 847.생일 축하 엽서 한희철 2002-01-02 4339
1797 한희철 1225. 사랑으로 이어짐 한희철 2002-01-02 4339
1796 한희철 1210. 원석이 한희철 2002-01-02 4339
1795 한희철 831.무소부재 한희철 2002-01-02 4339
1794 한희철 1250. 벌 받았다 한희철 2002-01-02 4339
» 한희철 123.뜻밖의 손님 한희철 2002-01-02 4339
1792 한희철 1089. 농사꾼? 한희철 2002-01-02 4339
1791 한희철 1372. 또랑또랑 아이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39
1790 한희철 181.치화씨의 주보 한희철 2002-01-02 4339
1789 한희철 650.의료보호카드 한희철 2002-01-02 4339
1788 한희철 1256. 교회 화장실 한희철 2002-01-02 433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