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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한희철39.창조와 찬조
종순이와 은옥이 두 명이 나왔는데, 무슨 일로 삐졌는지 2부 예배를 마치자 마자 종순이가 그냥 가버렸다. 덕분에 이은영 선생은 은옥이 혼자 앉혀놓고 유치부 분반 공부를 해야 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천지창조를 가르치기 위해 도화지에다 창조 순서를 따라 크레용으로 예쁘게 그림을 그려 준비해 왔는데, 배울 어린이는 코흘리개 은옥이 뿐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올라간 은영이. 학교 근처인 문막에서 성희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 분명 여러 가지 바쁜 시간을 쪼개 정성껏 준비했을 텐데 그래도 이은영 선생은 열심히 가르쳤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얼굴을 맞대고 앉아 단어 하나하나씩을 따라 하게 했다. ‘창조’라는 말이 어려웠던지 은옥인 자꾸만 ‘찬조’라고 했다. 오기였는지 성실함이었는지 ‘찬조’가 ‘창조’로 될 때까지 둘은 앉아 ‘창조’와 ‘찬조’를 반복했다.
이담에 은옥인 기억할까, 어렵지 않게 ‘창조’소리를 할 때쯤이면, 자길 혼자 앉혀 놓고 열심히 가르쳤던 이은영이라는 고등학생 선생님과, 틀리며 따라했던 천지 창조에 대한 내용을.
선생인 은영이 또한 알고 있을까.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것을.
은옥이를 보내고 돌아서는 이은영 선생을 말없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은영이도 말없이 방긋 웃는다. 그리고는 얼른 은옥이가 앉았던 방석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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