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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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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70. 기우뚱 기우는 마음들
땅거미가 깔려드는 저녁녘, 서재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구급차 소리가 났다. 순간 섬뜩해자는 마음, 누굴까, 무슨 일일까. 밖으로 나와보니 구급차는 종설네 앞길로 해서 윗답말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불안하게 떠오르는 몇몇 사람들, 승학이네 앞길로 해서 질러 가보니 119구급차가 준이네 집 앞에 멈춰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광희씨였다. 이광희씨가 농약과 소주를 섞어 마시고 쓰러진 것이었다.
구급차는 이내, 그러나 별로 바쁠것도 없다는 듯 떠났고, 농약과 술을 잔뜩 마신 뒷자리만 어지럽게 남았다. 결국 이광희씨는 다음날 이른 아침, 세상을 뜨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한다. 풀 태워 죽이는 제초제를 술과 함께 마셨으니 그 속이 오죽했을까.
서른여덟의 나이에 무엇하나 희망갖기가 어려웠던 사람, 그저 일철엔 일에나 파묻혔을 뿐 어디 하나 마음 편하게 내려놓을 곳 없었던 사람, 그가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저 어처구니없는 떠밀림, 그보단 오히려 강제 추방.
두어 번 쓸쓸한 모습으로 교회를 나왔을 때, 예배 끝나고 황급히 돌아서 갈 때 그의 외로움을 짐작하면서도 나는 좋은 말벗이 되어주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일 거라고 편하게 여겼는데 그런 맘이 무슨 소용 있겠냐는 듯 그는 훌쩍 떠나가고 말았다.
이 땅, 암담함의 두께와 무게는 갈수록 더하는데 농약은 너무 가까이 흔하게 있다. 이광희씨가 병원에 실려간 날, 같은 이유로 병원을 찾은 이가 또 있었다 하니 이런 일은 농촌어느 한 마을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해마다 마을마다 반복되는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추방이다.
나라에선지 회사에선지 그나마 농민들을 위하여 마련한 배려가 농약 속에 토하는 성분을 넣어 농약을 삼키지 못하게 만든 것이라 하나, 죽을 맘 먹은 사람이 술김에 그걸 못 삼킬까. 허전함만 더하는 소리다.
한번 피지도 못한 젊음이 어이없이 지고, 또한번 기우뚱 기우는 마음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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