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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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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28. 크피 한잔 하고
은희가 다시 입원을 했다. 두어 달 서울에 가 있다 내려왔는데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은희를 끌어 잡아당겼던 서울, 서울의 화려함에 취해, 친구의 ‘성공’이란 말에 혹해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간의 시간들.
실망도 되고 화도 나고 속도 상한 일이지만, 어쩌랴 그는 다시 돌아왔고, 돌아올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듯 다시 돌아왔고 마음은 또다시 헝크러진걸, 이런 아이까지를 ‘도구’로 삼으려 했던 매정한 사람들, 친구에 대한 분노는 차라리 허탈감 어린 연민으로 변했다.
세번째 입원이다. 때마다 어려운 일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반복되니 다시 한번 어렵다. 그나마 희미했던 관심들이 이제는 아주 멀어지지 않았는가.
차라리 모른체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럴 수 있는 거라면 그러고도 싶었다. 옷 몇 가지와 이불을 가지고 나가 입원을 시키고 돌아설때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왔다.
서너 주가 지난 수요일, 은희 아버지가 면회를 갔으면 했다. 아버지로써 딸에 대해 갖는 본능적인 불쌍함이지 싶었다.
약속한 시간 은희 아버지가 왔고 차로 떠나려 하는데 은희 작은 어머니가 차를 가로 막으며 어린애처럼 보채며 울었다. 참으로 안스러운 모습이었다.
“나두 갈껀데-이, 나두 갈껀데-”
입은 옷도 그렇고 그가 병원에 가는 것이 은희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아주머닌 다음번에 가자고 달랬으나 막무가내였다. 한참을 설득하고 설명한 끝에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집으로 보냈다. 꽈리고추를 내던 마을 어른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선 이때 얼른 가라 했지만 그냥 기다렸다.
그래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은희작은 엄마는 서둘러 뛰어 달려왔다.
원주기독병원 55병동, 은희도 엄마 아빠를 보며 무척이나 반겨했다. 자기의 침대며, 주변 환자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둡고 침침한 눈빛으로 딸을 보면서도 아무 말이 없는 은희 아버지.
동생들 때리지 말라고 은희는 작은엄마에게 거듭거듭 부탁을 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서 나올 때 은희 아버지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크-피 한 - 잔 - 허 - 구 - 가-실 ?래-유-?”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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