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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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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35.아이들의 기도
원주에서 화실을 하던 하정 박명수 선생님이 귀래 황산마을로 들어 오셨다. 빈 농가를 사서 아예 화실을 옮긴 것이었다. 가끔은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곁에 있어 문득 생기와 기쁨을 전해 받을 때가 있는데, 하정의 시골행도 그런 경우였다.
여러해 동안 비어 있어 볼품 없이 낡고 허술하던 집이 선생님의 수고로 제법 사람 사는 집으로, 그것도 예술가의 집으로 변해갔다.
하루는 아내와 함께 차 한잔을 마시러 그곳에 들렀다가 선생님께 어려운 부탁을 드렸다.
‘햇살 놀이방’ 어린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쯤 그림을 그리러 들어 오면 어떨까 싶었다.
단강에서 황산까지는 버스로 이십여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고,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나의 그림을 관심있게 봐주고 칭찬과 조언을 준다면 그게 얼마나 귀한 일일까,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께 적잖은 누가 됨을 알면서도 염치없이 말을 꺼냈다.
의외로 선생님의 대답이 혼쾌했다.
“좋지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라 얘기했지만, 그런면에서 선생님은 너무 이타적(利他的)이다.
덕분에 놀이방 어린이들에겐 신나는, 은총과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들어가기로 한 첫 번째 날 하필이면 비가 오는 것이었다. 놀이방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크레용과 스케치북을 준비해 놓고 금요일을 기다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비가 내렸다.
한 주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뿔싸, 다음 주 금요일에도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의 실망감이 여간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로할 겸 기도하라고 말해 주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금요일날 비 오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또 한 주일이 지나갔고 금요일 하루 전날인 목요일 저녁에는 관심있게 뉴스를 보여 다음날 날씨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다음날 비가 올 예정인데 비 올 확률이 70%가 된다는 것이었다.
“어떡하니 규민아, 학래한테 전화해서 내일 비오지 않게 해달라고 같이 기도하자고 해”
아내가 같이 일기예보를 보던 규민이에게 말했다. 그러자 규민이가 “내가 하면 됐지.” 하는 것이었다. 내가 기도하면 됐지 뭘 또 남에게 기도를 부탁하냐는 것이었다.
다음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비 올 확률 70%였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것이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버스를 타고 ‘화정화숙’으로 그림을 그리러 갔다.
아이들의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 아이들의 믿음이 목사인 나보다도 더 좋고 훌륭했다.(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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