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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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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93. 지게 만들기
아랫작실 양담말 초입새 권철이네 마당에선 권철이 아버지 박종렬씨가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지게였다. 그럴듯한 지게가 거의 만들어져 있었다. 지게 끈만 묶으면 다 되었다. 허옇게 깎여진 나무 조각들이 널저분하게 떨어져 있는 마당 한복판에 지게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점점 농사일도 기계화되어 사람 손을 비는 연장이 드물어 가는 때에 손수 지게를 다 만들다니, 괜히 반가웠다. 권철이가 손재주 많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임은 몰랐었다.
장인이 따로 없었다. 하얗게 아름답게 빛나는, 그러나 무얼 얹어도 끄덕없어 보이도록 더없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지게, 박종열씨는 그처럼 훌륭한 지게를 볼품없이 녹슨 작은 톱과 손도끼만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더없이 꺼칠한 손으로 만들어낸(빚어낸!) 빛나는 지게.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게 한 짝은 양나무, 또 한 짝은 음나무로 해야 되유.” 무슨 얘긴지 몰라 다시 물었더니 양쪽 지겟다리를 만들 때 한 짝은 양지쪽에 있는 나무로, 다른 한 짝은 음지쪽에 있는 나무로 해야 맞는다는 설명이었다.
지겟다리를 둘 다 양지쪽 나무로 하든지 혹은 둘 다 음지쪽 나무로 하면 가지가 흰 방향이 같아 지게가 어설픈 모양이 된다는 것이었다. 양지쪽과 음지쪽 나무를 하나씩 써야 나무 끝이 바깥쪽으로 서로 알맞게 대칭이 되어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만 그 얘기 하나만으로도 내겐 신기했다. 지게감으로 나무를 고를 땐 아무 나무나 택하는 것이 아니었고 아무 곳에서나 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양지쪽에서 하나, 음지쪽에서 하나 그 둘을 조화시켜 하나의 지게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게 하나를 만들때에도 곳곳에는 필요한 비결이 숨어있었고, 그걸 모두 몸으로 익힌 박 종열 씨야 말로 내겐 훌륭한 장인이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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