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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53. 권재분 할머니
권재분 할머니가 돌아가신 둘째날, 상가집을 찾아 입관 예배를 마치고 나자 굳이 음식을 차리며 들고 가라 권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 앉아 교우들과 함께 음식을 나눴다.
음식을 들며 한 교우가 말했다. “할머니가 참 좋을 때 돌아가셨네요. 바쁜 때도 피하고, 날도 선선하고요”
떠나는 날을 스스로 정할 수가 없는 탓에선지 떠나는 때가 언제냐에 따라 고인의 복됨을 되짚어 보는 묘한 습성들이 이곳엔 있다. 농경사회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바쁜 철 피했으니 이웃에게 고맙고, 청명한 날씨 택했으니 본인에게도 복되다.
이야기를 들은 이종태 권사님이 “그러게 옛말에 ‘무눈 머리 싹날때’ 죽는 게 제일 좋다 했지요.”한다. 무눈 머리 싹날때 라니 무슨 말인가 물었더니 무눈 머리 싹 날때란 가을철을 말하는 것으로 장사 지내기 좋은 철로는 가을이 좋다는 얘기였다.
먹을 양식이 부족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아무데고 흔한 무눈 머리 싹을 잘라 국이라도 끓일 수 있었으니 음식 차리는 부담이 없는 그때가 그중 좋은 때라는 뜻도 담겨 있을 것 같았다.
떠나는 때를 스스로 정할 수는 없어도 그래도 좋은 때 떠나는 게 복된 일임을.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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