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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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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40.무지한 믿음
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은희는 부론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의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그편이 낫겠다 싶었다. 퇴원을 했다지만 계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상태,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한 일이었다.
몇 가지 자취 도구를 장만하여 은희는 부론으로 나갔다. 평일엔 부론 자취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주말에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수업을 조퇴하고 병원에 가 의사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약을 타가지고 왔다.
수속 밟고, 선생님 만나고, 약 타고, 다음번에 올거 예약하는 과정을 한번 같이 하고서는 다음부턴 은희 혼자 하게 했는데, 별 어려움 없이 잘 다녀오곤 했다. 약을 잊지 않고 먹도록 곁에서 누군가 잘 챙겨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부탁에 자취를 같이하는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을 따로 해 두었다.
만날 때마다 매번 약과 상태에 대해 묻기도 뭐해 한동안 믿고 지내다가 한번은 약 잘 먹냐 물었더니 은회의 대답이 엉뚱하다.
문막에서 한 전도사가 들어와 일주일에 한번 은희의 자취방에서 ‘다락방’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은희가 병원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전도사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믿음으로 고쳐야지 약은 무슨 약이냐며 그나마 타다 놓은 약까지 모두 가지고 가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런 뒤론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지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믿음을 가장한 무지, 무관심과 무책임을 얇게 가리는 허울 좋은 명분. 그가 정말 은희를 염려하고 아끼는 이라면 차라리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을.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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