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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여름 한낮
쌓인게 한(恨) 밖에 없는 할매, 쌓이는 게 악밖에 없는 며느리. 고래 고래 할매는 욕을 하고 앞장선 며느리는 귀머거리 되어 묵묵히 마을을 벗어난다.
쌓인 한에 불이 붙은 것인지 별별욕 희한한 욕 할매의 끊일 줄 모르는데, 할테면 해라. 태연하게 뒷짐지고 산보해 걸어가는 며느리 ( 용해라!)
어느새 출장소 지나 비료창고 지나 마을이 끝났을 때, 갑자기 휙 뒤돌아선 며느리, 이번엔 내 차례요, 욕의 욕 별놈의 욕 다 쏟아 놓는다. 뒤통수에 박힌 욕 다 빼내고 들들 가슴에 끓던 것까지 다 뱉어낸다.
갑작스런 반격, 덩치와 목소리에 눌려 멍해진 할매.
한바탕 무서운 천둥이 치고, 가던 길 뒤돌아서 앞뒤로 서선 말없이 동네로 들어오는 할매와 며느리.
축축 뜨거운 여름의 한낮.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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