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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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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14. 도로 보수원 할아버지
단강에서 원주를 나가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부론 쪽으로 해서 문막을 거쳐 나가는 길이 그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귀래를 거쳐 흥업쪽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나 거리가 거의 같아 아무 쪽이나 택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귀래 쪽을 택하게 됩니다.
양아치 재를 넘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문막 쪽에 비해선 훨씬 교통량도 적고, 또 들판과 산길로 가는 것이 경치도 좋고 기분도 좋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귀래길을 택하게 됩니다.
귀래를 나가다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만나게 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빛바랜 빨간 모자를 쓴 할아버지, 도로 보수원 할아버지 입니 다. 낙석을 치우기도 하고 길가에 자라오른 풀을 깎기도 하는 분입니다.
오늘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곳에 씀은 할아버지의 한결같은 모습 때문입니다. 언제 어느 때 보아도 할아버지의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라도 당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낫으로 풀을 깎기도 하고, 비가 지난간 뒤엔 굴러떨어진 흙과 돌들을 치워내기도 합니다. 누가 본다고 일하고, 안 본다고 일을 쉬는 분이 아닙니다.
할아버지를 대한지가 벌써 여러 해. 언제라도 한결같은 모습입니다. 언젠가 비가 몹시 오던 날, 빗속에 삽을 들고 가는 할아버지를 위해 일부러 차를 세우고 할아버지를 태워드렸습니다.
“비가 너무 와 걱정이네유.”
차에 탄 할아버지가 비 걱정을 해 나는 길이 비에 망가질까봐 걱정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비가 너무 와 고추 끝이 까맣게 죽어가더라고, 할아버지는 길이 아니라 농사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뿐, 번번히 못하던 일을 며칠 전에야 큰맘 먹고 할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할아버지가 일하고 계시겠지.’ 길을 나서기 전 미리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날도 할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했고, 난 그날 처음으로 두고두고 마음뿐이던 작은 정성을 할아버지께 전해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더없는 고마움으로 할아버지는 음료수를 받았습니다.
인적도 드문 한 시골길, 언제라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맡겨진 일에 충실하는 한 도로보수원 할아버지야말로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고, 길을 지날 때마다 숙연한 마음으로 인정을 합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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