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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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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76. 고장난 복사기
못 쓰는 복사기가 한 대 있었다. 결혼할 때 예물 대신으로 샀던 복사기 시골로 목회를 떠나니 아예 그곳에 진득히 쳐박혀 있자는 생각으로 우리는 복사기를 샀다.
완전 구형, 크기도 크고 무겁기도 무거운 그 복사기를 가지고 들어와 우리가 했던 일은 노래 몇 번 복사 한 것과 마을 초상 났을 때 부고 몇번 복사 해 준 일이 전부였다.
그러다 고장이 나 창고 구석에 쳐박아 두었었다. 어느 날 부론 교회 이종서 목사님이 그 얘길 들으시더니, 당신이 쓰고 있는 복사기와 바꾸자 한다. 바꾸다니, 고철과 다름없는 물건을 무엇과 바꿀까 싶어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시라 했는데, 한날은 교회 청년 몇 명 과 함께 불쑥 목사님이 쓰던 복사기를 들고서 찾아 오셨다.
그리고는 몇몇 청년들과 함께 그 무거운 복사기를 차에 싣고 가셨다. 교회에 복사기가 있어 그걸 쓰면 된다고, 되는지 안 되는지 한번 고쳐나 보자고 고철과 다름없는 것을 가져나가고, 깨끗하게 복사 잘 되는 좋은 복사기를 전해주신 목사님 내 짐작으론 이미 복사기로선 수명이 다한 것, 고치기도 힘들 뿐더러 고친다 해도 수리비가 웬만한 것 사는 것 이상 나올게 뻔한 고물 복사기.
그걸 차에 싣고 당신 쓰던 좋은 것을 전해준건 무엇이 더 있을까, 후배를 아끼는 마음외에, 무엇인가 후배를 돕고자 하는 마음 외에.
복사기를 쓸 때마다 그런 배려가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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