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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24. 진풍경
감자밭에 심은 배추 좀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은지가 벌써 여러주 지난다. 배추는 정말 실하게 컸다. 한통 한통 여간한 크기와 무게가 아니다. 배추를 기른 이서흠 성도는 가뜩이나 마른 몸이 더욱 야위어 보이는 데 저 야원 몸을 통해 어떻게 배추는 그리 크게 컸는지.
몇 군데 얘기는 했지만 신통한 대답은 없다. 그냥이라도 뽑아가라는 것이 이웃마을 얘기고, 넝마 뒤집어 쓴 듯 허옇게 잎새 말라가는 흔한 배추들, 아무래도 제값 받고 팔긴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정부에선 일정량을 포기당 50원씩인가를 쳐주고 사선 그대로 폐기처분 한다는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진풍경, 그런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강가 받을 지날 때마다 죄인 된 기분.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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