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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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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07. 차가 한대 생겼다
장인되는 강석명 장로님의 배려였다. 그동안 차에 대한 제의가 몇몇 사람들로부터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그때마다 아니다 해왔다.
외진 마을 때때로의 불편과 무모함을 견디면서도 차에 대한 생각을 안 했던건 고집이라면 고집이었다. 차가 가로막고 나설 벽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받았다.
잠간의 언질 후 직접 차를 몰고 와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장인께 별 고집을 못 부렸다. 고맙단 인사도 못 드리고 얼떨결에 차를 받았다. 자주 빛 르망 승용차였다. 아는 분이 일년여 곱게 타던 치였다.
직접 운전하니 하루 몇 대 없는 버스에 시간 얽매이지 않아 좋고 엄두를 못내 던 막차 끊긴 이후 시간에도 숨통이 트이고 교우나 마을분들 환자 생기면 병원까지 모시고 나가고, 이런 저런 고마운 쓰임새가 없는건 아니지만 아직껏 불편함을 다 버리지 못했다.
잘됐다고 우리가 해야 하는데 힘이 없어 엄두를 못냈는데 그렇게 도와 주었으니 얼마나 고맙냐고 교우나 마을 분들은 한껏 부담을 덜어주지만 그렇다 스스로 개운한 게 아니다.
차가 생긴 몇 달 동안 동네 엠브런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환자가 적지 않은데다 때때론 응급환자까지 있다보니 바쁠수 밖에 없다.
새벽 응급실로 달린적도 있고 산기 오는 산모를 산부인과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입원하는 환자와 퇴원하는 환자 수송도 있다. 천상 밖에서 대절해서 다녀야 했던 일을 대신 내가 맡게 된 셈이다.
이러단 동네 기사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염려가 전혀 없는 바는 아니나 어려운 순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어려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이 그보다는 커 예기치 않은 부탁들에 기꺼이 응하고 있다.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유지비도 만만치를 않고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차를 갖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남의 승용차까지도 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나섰는데 거꾸로 나는 차를 갖게 됐다.
차를 가짐으로 편리함과 불편함과 소중함이 뒤섞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차를 가짐으로 단강에서 정한 몇 가지 생활원칙 중 하나를 스스로 어기게 됐다는 사실이다.
인정한다. 그게 제일 아쉽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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