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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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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55. 거절 못할 사랑
문막을 김천복 할머니와 같이 나가게 됐다.
태어난 아기와 아내를 데리러 수원으로 가는 길, 마침 할머니가 문막장에 가는 길이었다. 할머니는 콩과 깨를 팔아 병원에 들리려던 참이었다. 자꾸만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이다.
콩과 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쉽게 팔렸다. 장이랄 것도 없는 몇 사람들의 웅성거림. 할머니는 당신에게 다가온 장꾼에게 밀고 댕기는 흥정없이 그냥 쉽게 물건을 건네줬다. 콩과 깨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게 얼만데 팔땐 그렇게 쉬웠다.
다시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떠나려 할때 할머니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할머니는 당신 손에 꼭 주었던 것을 건네신다.
만원짜리 지폐였다. 깜짝 놀라 되돌려 드리자 굳이 사양을 하며 “가서 사모님 고기락두 한 근 사 드려유” 하신다. 다시 돌려드리지 싸움이라도 한 사람처럼 차 안에 돈을 던지더니 저만치 달아나신다. 그 사랑을 어떻게 더 거절할까.
팔십 평생, 당신은 고기 한 점 입에 안대고 살아왔으면서도, 애써 판 콩과 깨 큰돈 아니면서도 뚝 떼어 건네시는 할머니의 정.
내가 얼마나 행복한 녀석인지를, 내가 얼마나 빚지고 살아가는지를 옆자리 할머니가 던지신 구겨진 지폐는 웅변으로 말했다.
저만치 서선 아이처럼 웃으며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드는 할머니 김천복 할머니.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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