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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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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63. 들판
이때쯤 들판으로 한번 나와 보십시오.
입추지나 부는 바람 선선할 때 선선한 바람따라 가볍게 들판으로 나와 보십시오. 첫 햇살 막 퍼지는 아침이나, 뉘엿뉘엿 해가 산마루에 걸리는 저녁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한쪽 편에 서서 아침의 첫 햇살이나 저녁의 마지막 햇살이 퍼져 깔리는 들판을 그 한 표정을 한번 바라다 보십시오.
초록이 지쳐 은은히 누런빛 베어나는 논과 논, 막 성숙을 향해 눈을 뜨는 벌판을 나지막이 감싸 흐르는 햇살을 그냥 바라다 보십시오.
한올한올 더 이상은 순할 수 없는 햇살이 막 패어난 한알한알 곡식에 화살처럼 박히는 기막힌 감쌈의 순간을 마주해 보십시오.
시간마저 숨죽여 멈춰서는, 빛과 빛깔이 한데 어울려 정갈하게 익어가는 들판으로 나와 숨을 한번 골라 보십시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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