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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8.후투티
그때 내 책상 서랍에서 죽은 새는 후투티였다.
부채살 같이 벼슬이 아름답고 찰랑이는 물결처럼 날개짓이 아름다운, 흥흥 빈 병 입에 대고 불어 대면 울려 나오는 소리 같은 그런 울음을 가진 새. 그땐 몰랐지만 언젠가 신문에서 세계적인 희귀조라고 소개된 새였다.
4학년땐가, 초평리에 사는 친구가 자기네 집 기와지붕에 둥지를 튼 후투티 새끼 한 마리를 내게 주었다. 새끼라 하지만 곧 둥지를 떠날 만큼 자란 새였다.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그러나 집에 가져와선 달리 새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혼날 것 같았다.
난 그때 아버지를 무서워했었다.
생각해 낸 곳이 책상 서랍이었다.
밤을 잘 견뎌 주길 바라며 서랍 안에 후투티를 넣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서랍을 열었을 때 후투티는 죽어 있었다.
서랍 속에서 죽은 멋있고 예쁜 새.
내 생의 빛나는 보석이 권위에 의해 빼앗길 수도 있다는 어두운 예감을 전해 받은 건 후투티였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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