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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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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6.본부
참나무 많은 교회 뒷동산. 며칠 동안 아이들은 뒷동산에 올라 ‘본부’를 지었다. 나무를 꺾어 가지 사이에 걸기도 했고, 잔가지들은 꺾어 내리기도 했다. 몇 번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지만, 신작로에서 반대편 쪽으로 자리를 옮겨 본부 만드는 일은 계속 되었다.
본부로 이르는 길엔 곳곳에 함정을 파기도 했고, 철사로 올무를 놓기도 했다. 학교를 마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뒷동산으로 올라 ‘본부’짓는 일에 시간을 보냈다.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아이들, 전자오락 등 이렇다 할 놀이 시설도, 음악, 미술, 주산 학원 등 학습 시설도 없는 이곳, 아이들을 반겨주는 건 자연뿐이다.
강과 개울, 그리고 산과 들, 고기를 잡으며, 나무에 오르며 아이들은 시간을 보낸다. 쫓기듯 학교에서 학원으로, 또 학원에서 학원으로 뛰어 다니는 도시의 아이들의 시간과, 자연 속에서 뛰노는 이곳 아이들의 시간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어린 시절 보내는 시간들, 분명 그것이 각자의 마음을 결정하는 마음 밭이 되는 것 일 텐데.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밟으며, 한 뼘 흙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도시의 아이들, 혹 그들에 비해 이곳 아이들의 계산이 더디고 꿈이 작아 보인다 하여도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정말 그런 건 아닐 게다. 푸근하고 생명력 넘치는 흙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 바로 그들의 마음속에 너그러움과, 용서와, 기다림이 자라는 것일 게다.
그러나 ‘본부’를 만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본부를 만드는 일이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욕구의 발로임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지만, 특히 어린 시절엔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할 때 아닌가.
남 모르게 나만의 보물을 담아두기 위해서.
대개가 좁은 방에서 식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이들 그러기에 그들은 더욱 본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 본부를 만드느라 열심인 아이들을 보며, 내 혼자만의 공간은 어찌된 걸까, 언제쯤 마음 속 어디에 잃어버린 건가를 문득 돌이켜본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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