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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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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13. 담배 농사
섬뜰 윗담말 맨 끝집인 정희네 집 둑 위에 있는 저수지, 위로 있는 상자골 골짜기 밭에서 동네 사람들이 담배를 심고 있었다.
저수지에서 물을 끄는 길고 긴 호수를 서로 어깨에 매고서 차례대로 차례대로 밭으로 올라갔다.
점점 묵어 내려오는 밭과 논, 예전 같으면 노는 땅이 어디 있었으랴만 이제는 맨 노는 땅이 늘어가고 먹물 번지듯 산골짜기로부터 마을 쪽으로 점점 점점 그 범위를 넓혀오고 있다. 지금 담배를 심고 있는 저 밭도 몇 년이 지나면 무엇엔가 삼키운 듯 묵어 나자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자들은 괭이로 일정하게 구덩이를 파나가며 호스를 끌어 구덩이 마다에 물을 주었고, 아주머니들은 잎담배를 키운 모판을 이고 나르며 물 준 웅덩이마다 담배를 심어나갔다.
그나마 기계가 좋아져 전에는 일일이 사람이 덮던 비닐을 기계가 덮고 있었다. 동네에 담배심기가 시작된 지 벌써 여러 날, 뜨거운 볕 아래 움직이는 몸들이 모두들 무거워 보였다.
“이 고생을 해야 밥을 먹는 건가?”
담배 모판을 머리에 이고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가던 한 아주머니가 한숨 쉬듯 말을 했다. “그러게 말여”
이야기들은 계속 이어졌다.
“뭐 좋다구 아저씨네는 담배를 또 해유?”
아랫말에서 올라와 일을 같이 하고 있는 이창득씨에게 아주머니 한 분이 물었다. 이창득씨네는 오래전에 그만뒀던 담배를 올해 다시 시작했다.
“막내 녀석 대학 공부시킬 때 까정은 해야지. 곧 있으문 대학 간다구 헐텐데 공불 가르칠 방법이 있어야지?”
오가는 얘기들. 그런대로 담배밭엔 담배가 들어차고 이 산 저 산 뻐꾸기는 울고.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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