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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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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98. 고물과 옛 물건
고물을 팔게 있으면 팔라고 방송을 하며 고물 장사 차가 들어왔다. 빈병을 모아 놓은 것이 있어 나가 보니 젊은 사람 둘이 트럭을 몰고 와 있었다.
병을 건네 주면서 혹시 마을에서 산 옛 물건이 있으면 되살테니 있느냐고 물었다. 너무 쉽게 마을의 옛 물건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터였다.
“하나 있긴 있는데요.”
보니 나무로 만든 쟁기가 온갖 고물이 실린 트럭 안쪽에 있었다. 아주 오래된 것 같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제는 쟁기마저 귀한 세상. 값을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청년이 “3만원만 주세요”한다.
“3만원이요?” 내가 값을 알긴 무얼 알겠는가만 그래도 비싸다는 미음부터 들었던 것은 아마 그들이 살 때에는 비누 몇 장 주고 샀을 것, 그걸 3만원이라 부르는 게 터무니없다 여겨졌다. 그렇게 비누 몇 장에 옛 물건을 팔았다는 것을 마을에서 몇 번 들었던 적이 있다.
“이거요. 사실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에게 팔려고 우리도 구하는데, 그들에게 팔면 5만원도 더 받아요. 3만원이면 싸게 드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의중을 털어놓았다. “사실 우리가 고물을 사러 다니는 것은 고물 때문이 아니예요. 이까짓 고물 팔아야 얼마가 남겠어요. 사실은 옛 물건을 살려고 다니는 거예요. 그냥 옛 물건을 팔라고 하면 사람들이 안 팔아요. 무슨 비싼 것이나 되는가 보다 하고, 팔아도 비싼 값을 부르지요. 하지만 고물을 사러 가서 고물을 사다가 옛 물건이 보이면 그것도 그냥 함께 사지요. 그렇게 사야 사람들이 팔지, 그렇지 않으면 안 팔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막힌 얘기였다. 고물은 옛 물건을 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었다. 허술한 듯 치열한, 본질과 본질에 이르는 방법을 아는 단순함과 명쾌함이라니!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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