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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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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55. 손해 보는 농사
박종관 아저씨를 만날 일이 있어 찾아갔더니 종홍이네로 마실을 갔다고 했다. 종홍이네를 찾아갔더니 마을 사람 몇 명이 모여 있었다.
겨울철 특별한 일이 없다 보니 이집 저집 마실을 다니는 재미가 유일한 즐거움이 되었다.
박종관 아저씨도 있어 전날 병원 다녀온 이야기를 해 드렸다. 원주 나가는 길에 병원에 들려 지난번 검사받은 결과를 알아봐 주었음 좋겠다는 부탁을 받은 터였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결과를 알려 드리는 마음이 가벼웠고, 아저씨도 이야기를 고맙게 들으셨다.
종홍이 어머니가 차를 타고 오징어 굽고 해서 상을 차려 내었다. 종흥이 어머니가 상을 내면서 “윗담말 미영이 아버지가 진짜 안 오네.” 하며 조금은 근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게 뭔 소리야?” 종홍이 아버지가 묻자 “맨날 온다고, 이젠 윗담말 사람은 아랫담에 오지 말라 했어요. 웃으며 농으로 그랬는데 진담으로 알아들었나?”
아무래도 아주머니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매일 아침 어김없이 출근하던 미영이 아버지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자 전날 한 농이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슬그머니 문이 열렸고, 누군가 들어서는데 보니 미영이 아버지였다. 변학수씨와 함께 마실을 왔다.
“그럼 그렇지, 왜 안 오나 했지!” 먼저 와 있던 이들이 한마디씩 인사를 했다.
“난 내가 오지 말랬다고 진짜 안 오는 줄 알았지유.” 종홍이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맞아유, 안 올라구 그랬는데, 글쎄 갈 데가 읍드라구유, 할 수 읍시 왔어유.” 미영이 아버지 또한 밝게 웃으며 얘기했다.
누구 하나 어느 한구석 서운함이 없었다. 더 넓게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다 농사 얘기가 나왔다. 메주 잘 쑤었느냐고 묻길래, 막상 농사 지어보니 남은 게 없더라고 대답하자 얘기가 농사 얘기로 이어졌다.
논 한 마지기(200평)를 부치는데 기계 빌려 쓴 값만 대강 계산해도 칠만이천원, 농약 친것. 비료 준 것, 방아삯, 거기에 품값까지 치면 정말이지 남는 게 없다는 한결같은 얘기들이었다.
자기 땅 놀리는 게 뭣해 짓긴 짓지만 바라볼게 없다는 얘기들이었다. 자기 땅을 부치는 것도 그런데 남의 땅을 도지로 부치는 일은 헛수고를 지나 손을 보는 거라는 결과가 당장 손 계산으로도 뻔했다.
그래도 마을에선 그중 젊다는 환갑 연배의 사람들. 이야기는 한참을 더 계속됐지만 수렁에 빠진 듯 얘기는 막막함에서 좀체 벗어날 줄을 몰랐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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