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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03. 빈대콩
미발이에 대해 얘길 들었던 건 가뭄이 유난스러웠던 지난 해였습니다. 곡식이 익다가 말아 알곡도 쭉정이도 아닌 것을 미발이라 했 습니다.
물난리를 되게 겪은 올해 ‘빈대콩’에 대해 들었습니다. 콩이 익다가 말아 깍지 속에 납작 빈대처럼 생긴 콩을 빈대콩이라 했습니다.
논에서 밭에서 한 해 지은 곡식들을 거둬들이는 이 계절 미발이, 빈대콩 야기에 마음이 서늘합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두려워집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익다가 말아 곡식으로 먹을 수도 없고 쭉정이로 버리기엔 아까운 미발이와 빈대콩. 혹 내 삶이 그런 건 아닌지, 익다가 말아 어정쩡하게 익어 결국은 아무짝에도 볼 데가 없는 건 아닌지 마음이 허전하고 두렵습니다.
“빈대콩은 뭐에 쓰나요?”
빈대콩 얘길 들려준 노인께 빈대콩의 소용을 거듭 묻는 마음속 쉽지 않은 허전함과 두려움 때문입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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