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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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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78. 누울자리
마을 초입새에서 과자공장을 하는 조기원씨의 조부가 돌아가셔 장례를 모시게 되었다. 재성이한테는 증조할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서울서 사셨고 서울서 돌아가셨지만 조기원씨의 조부는 단강리 윗작실 한 밭에 묻히셨다. 돌아가신 다음 날, 지나던 길에 잠시 들린 작실 병철씨에게 할아버지 모실 곳이 없을까를 조기원씨가 물었은데, 얘길들은 병철씨가 필요하면 윗작실의 자기가 붙이던 밭 300여평을 팔겠다고 한 것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땅을 그렇게 구하게 됐다. 공원묘지로 모시는 것보다는 어디 따로 모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급작스레 엄두가 안 나 유가족들로선 뜻밖의 땅을 고인 모실 곳으로 마련하게 된 것이다.
병철씨가 깨를 심었던 그 밭에 할아버지는 묻히셨다. 맑은 개울물이 앞쪽으로 흐르고 별이 따뜻하게 모이는 밭이었다. 함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동네 분들이 일을 도와주어 장례를 잘 모실 수 있었다.
어딘지 전혀 알지도 못하신 곳, 당신 돌아가신 다음날에야 정해진 자리, 그래도 할아버지는 당신 누우실 자라를 마련하시고 돌아가신것이었다.
복있는 노민이라고 모두들 인정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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