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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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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01. 구불구불한 논둑 길
서재 책상에 앉으면 창문을 통해 밖이 훤히 바라다 보인다. 논과 개울가. 산과 산간밭, 그리고 하늘이 보인다.
어느날 가만 밖을 내다보다 보니 논둑 길이 신기하다. 논을 만들며 나온 돌들로 둑을 쌓은 듯 논둑길은 돌무더기로 되어 있는데 그 길이 ‘구불구불’ 이다. 어딘들 논둑길이 구불구불 아닌데 있겠는가만 문득 그 순간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곧장 길을 내는 것이 더 쉬웠을 것 같고 그런 곧은 길이 내 땅과 네 땅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데도 좋고, 내 땅 평수를 재는 데도 좋고 일하러 다니기도 좋을 것 같은데 왜 하필 길을 구불구불 만들었을까.
며칠 전 학래 아빠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논둑 얘기를 하게 되었다. 논둑이 구불구불인데 혹 그럴만한 이유가 있냐 물었다.
학래 아빠 김남철씨는 토목기사다. 여기저기 공사를 맡아 길 포장하기도 하고, 수로를 만들기도, 다리를 놓기도 한다.
학래 아빠 얘기가 재미있다.
둑이 구불구불한 게 훨씬 물을 잘 견딘다는 것이다. 댐도 일자형 보다는 브이(v) 자형 댐이 훨씬 더 수압을 잘 견뎌낸다는 것이다. 논둑을 구불구불 만든 것은 논둑이 물에 무너지지 말라는 조상들의 지혜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있지도 않은 뜻을 억지로 찾아내는 무리함도 문제겠지만, 조상의 지혜를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도 문제이리라.
구불구불한 논둑 길이 새롭게 보인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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