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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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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62. 돼지머리
원주 자유시장 동쪽편 순대집이 늘어선 좁다란 골목이 있다. 냉이며 달래며 봄나물을 캐가지고 나온 시골 할머니들이 고만고만한 물건들을 늘어놓고 팔기도 하여 저자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순대집 앞에 쌓여 있는 돼지머리들을 보게된다. 호박덩이 쌓여 있듯 돼지머리들이 쌓여 있다. 적당히 불로 그슬리고 면도당해 언제 그런 호강 받았냐 싶게 허멀건 모습들이 그럴듯하다.
커다란 가마솥에선 순대가 끊고, 돼지머리들은 명상을 하듯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고기로만 치자면야 생긴 모양 어떻든 무슨 상관 있겠냐만, 다른 용도 전혀 없는 바 아니어서, 때때로 하늘 향해 비는 뭇사람들의 소원 담아 주기도 하니 그때를 위해선 웃는 모습이 유리하지. 웃자, 웃자. 마지막 순간 숨이 끊기는 고통을 참고 웃자,
때때론 인자한 얼굴에 그럴듯한 미소도 보인다.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농을, 쌓인 대가리 사이로 몇 놈들은 끊임없이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뒤돌아보면 말없이 눈을 감고, 순대 골목을 지날 때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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