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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84. 비둘기
밭에다 콩을 심었더니 비둘기란 놈들이 다 파먹고 말았다. 제법 넓은 밭, 그 많은 콩들을 어찌 그리 알뜰하게 파먹었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싹 나는 게 없었다.
빈 그릇을 들고 나가 하루종일 두드리며 콩을 지킨 할머니들도 있다. 기껏 지키다가 점심 먹으러 내려온 사이 그 사이를 못참고 비둘기에게 다 다먹혔다고 허석분 할머니는 혀를 찼다.
그릇을 두들긴 공으로 콩싹이 나느라고 났는데 이번엔 산토끼가 내려와 어렵게 나온 콩순을 싹둑싹둑 잘라 먹었다며 박민하 성도님은 허전해 했다.
그나마 남은 것들이 열매로 익을 때쯤엔 멧돼지가 내려와 밭을 훑고 콩을 모두 잃고서야 드는 생각.
더 이상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다.(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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