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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심심한 보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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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86.심심한 보름


‘이만하면 되겠지’ 자꾸만 달이 제 몸을 잽니다.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밤, 보일 듯 동그랗게 커진 달이 덩그마니 하늘에 걸렸습니다. 그 많던 별들도 모두 물러서 온통 밤 하늘을 달의 날로 만듭니다.
원주에서 열린 지방 교사대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밤, 함께 나간 미영이, 정임이, 은희랑 환한 달을 보고 들어옵니다.
미영이가 망우리 얘기를 했습니다. 전에만 해도 대보름 전날 밤에는 망우리 돌리기에 정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동네엔 누구하나 망우리 돌리는 아이가 없습니다.
“망우리 만들 깡통도 없어요.”
망우리 깡통으론 분유통이 최고인데 이젠 어린 아이가 동네에 없어 망우리 만들 깡통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엔 종하네가 대장이었는데...”
종하, 종일, 종석이가 언제라도 그런 일엔 앞장이었는데 이사를 갔습니다.
망우리를 만들 깡통도 없고, 망우리 돌릴 아이들은 이사 가고, 그러고 보니 그 밤은 보름달만 횡하니 걸린 심심한 밤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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