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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20.파란 하늘
강가 넓고 푸른 당근밭,
굵고 미끈하게 잘 익은 당근들 그냥 갈아엎고
뚝뚝 허리 부러지고 밑둥 하늘로 박은 채
벌겋게 드러누운 당근들
어쩌랴, 흙을 골라 당근 사이사이 가을 무씨를 뿌렸는데
이거라두 잘 건져야 할텐데 조심조심 흙을 덮었는데
며칠째 내린 비 불어난 강물
강가 밭 신작로 쉽게 건너 집 앞까지 닥친 물
또다시 가을 씨마저 삼키고
그나마 세워 놓은 참깨단 두고두고 떠는 재미 그만할텐데
그놈마저 비에 젖어 참깨마다에선 싹이 나고
하얗게 털려야 할 참깨에서 콩나물 같은 파란 싹이 파랗게 나고
그리곤 파란 하늘 어김없는 파란하늘
청자빛을 닮았대나
툭 건드리면 파란물이 금방아라도 쏟아질 것 같대나 어쨌대나.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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