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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농부의 마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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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40.농부의 마음


몇 분 할머니들이 설을 쇠러 도시에 사는 자식네로 나갔다가 한참만에야 돌아왔습니다. 서울 자식 네 다녀온 허석분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닌 서울이 좋은가 봐요. 한번 가더니 오실 생각을 안 하신 걸 보면요?” 농 삼아 여꿨더니
“츰엔 좀 갑갑하더니 며칠 지나니까 좋던대유. 자식들하고 손주들 하구 같이 있으니까 그게 좋아유. 한참만에 아무두 읍는 집에 들어설려니까 내가 여길 뭐트러 또 왔나 싶은 게 나두 몰래 눈물 이 핑 돌드라구유.”
그런 얘길 하는 할머니 눈가에 다시 한번 눈물이 번집니다. “그런데 왜 또 오셨어요? 그냥 계시지.‘ 다시 여꿨더니
“고추모 때문에유. 아랫목에 고추모를 해 놓구 갔는데 물도 줘야 하구, 싹이 잘 났나 궁금하기두 하구 그러잖아유. 가시지 말라 붙드는 아들 며느리 손 뿌리치고 고추모 때문에 다시 시골집으로 내려온 팔십 바라보는 허석분 할머니.
그깐 고추모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게 고추농사 지어 봐야 피난 보따리처럼 둘러메고 여주장에나 가야하고, 흩어져 사는 자식네들 좀 나눠보내면 별반 소득도 없는 일,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혼자 사는 시골집으로 내려왔을까만, 할머니의 그런 마음이야 말로 어디 따로 없는 천상 농부의 마음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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