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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7.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것
어릴 적 교회학교는 따뜻한 교실이었다.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다가도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놀던 것을 그만 두고 교회로 향했다.
믿음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나이는 너무 어린 때다. 이제쯤 생각하기를 성경이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회에 가면 언제라도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책도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흔치 않던 시절, 우리들 가슴엔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3학년 때 인가 여름이었다.
마침 그날이 수요일이었는데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굉장히 내렸다. 빗소리에 가려졌는지, 선생님이 안 계신 건지 예배시간이 되었는데도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교회로 갔다. 검정 고무신에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쫄딱 맞은 채였다.
뚝뚝 빗물을 떨구며 기와지붕 허름한 예배당에 들어섰을 때 예배당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텅 빈 것이 아니었다. 어둑한 제단 저쪽 누군가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보니 선생님이셨다. 그날 예배는 선생님과 둘이서 드렸다.
그날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그 선생님 이름이 무엇인지 조차 난 지금 기억이 없다. 그러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지 제단 앞 무릎 꿇으셨던 선생님은 지금도 날 가르치고 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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